연말에 회사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앱코 K640 청축키보드의 경박한 소리가 얼마나 거슬렸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올해 2024년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집에서 게임용으로 사용하던 체리 G80-3497 청축 모델을 회사로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2014년에 체리사의 스위치 관련 특허가 풀리면서 여러 중국 키보드 회사들에서 양질의 키보드를 생산해내는 등 키보드 시장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리지널 체리 키보드의 감성을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가격에 의한 뇌이징 일지도? 무튼 키보드의 모양은 무슨 90년대의 유물처럼 생겼는데 찰랑찰랑한 경쾌한 음이 나는 체리 청축은 통울림 소리와 맞물려 마치 타자기를 쓰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무튼 이 제품을 회사에서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해 세척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사고 나서 한 번도 세척을 안 했는데 7년 동안 쌓인 먼지가 얼마나 될지 가늠이 안됩니다.
1. 우선 키캡을 빼주었습니다. 키캡 풀러가 없어서 빵끈(식빵봉투의 입구를 묶거나 할 때 사용되는 철사로 된 그것)을 사용했습니다. 키캡을 다 빼고 나니 그간 쌓인 먼지들이 날 반겨주었습니다. 스페이스바 같이 길이가 긴 키캡의 경우에는 빵끈을 두 개 사용해서 양쪽으로 살살살 빼주면 됩니다. 키캡 자체도 상당히 더러워져 있기 때문에 씻겨주기로 했습니다.
2. 키캡을 대야에 담고 이번에 도와주실 분은 엘지 생활건강에서 나온 풋샴푸입니다. 여담이지만 이게 진짜 꿀템인 게 이걸로 발을 씻으면 발냄새가 확실히 잡히고 깔끔한 느낌이 듭니다. 무튼 세정력이 상당해서 화장실 청소등에도 사용되는데 키캡의 묵은 떼를 빼는 역할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키캡을 대야에 넣고 풋샴푸를 3~4회 뿌려준 후 미온수에 약 3시간 담가두었습니다.
3. 이번에는 키보드 본체를 분해해서 PCB 기판을 청소해야 합니다. 이번에 도와주실 분은 바로 다이소 천 원짜리 틈새솔 되시겠습니다. 다이소 청소코너에 솔 쪽에 보면 찾을 수 있는데 이게 은근 꿀템입니다. 원래는 본체는 분해를 안 하려다가 깊숙이 쌓인 먼지는 청소가 어려울 것 같아 분해를 했습니다. 다이소 틈새솔이 좋은 게 이게 포장에도 키보드가 그려져 있지만 키보드 청소에 특화된 제품인 게 솔 뒷부분에는 지그가 있어 이걸로 본체를 쉽게 분해할 수 있습니다. 이후 PCB의 먼지를 솔로 털어주고 본체는 키캡과 마찬가지로 풋샴푸를 활용하여 세척해 주었습니다.
4. 다음 과정은 건조 과정인데 건조에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키보드에도 회로가 들어가고 전자제품이기 때문에 수분은 절대 들어가선 안됩니다. 집에서 제일 외풍이 심하고 선선한 컴퓨터방에 키보드를 말려줍니다. 저는 3일간 말려주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5. 다음은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을 하면 됩니다. 케이스는 흰색 플라스틱이라 변색되었지만 키캡은 다시 새것처럼 하얘졌습니다.
요즘에는 블루투스, 2.4g 근거리 통신 등 편리한 기능이 적용된 키보드가 많이 있지만 근본적인 디자인과 의도한 듯 의도한 거 같지 않은 통울림과 청축의 찰랑거림이 어우러져 들리는 타자기 감성까지 고장만 나지 않은 다면 계속 A/S 받거나 청소해서 퇴직 때까지 쓰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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